"한국은 세컨드 무버"서클이 서울에서 남긴 말과, 같은 주의 데모데이(서클사,세컨드 무버,카카오,토스)

Korea is a second mover

서울에 온 서클, 무슨 말을 했나

2026년 7월 23일 서울 역삼동.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의 최고전략책임자 단테 디스파르테가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그가 꺼낸 표현은 '세컨드 무버'였습니다.

한국이 늦었다는 지적이 아니라, 늦은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나라가 먼저 시행한 제도를 지켜본 뒤 더 나은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유럽 규제의 장점을 결합하면서도 토스와 카카오페이 같은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조건을 달았습니다. "규제는 늦어질 수 있지만 기술 도입까지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도를 기다리는 동안 인프라까지 멈춰 서면 늦은 출발의 이점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는 새로운 돈은 낡은 철도 위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비유도 함께 남겼습니다.

'세컨드 무버'는 무슨 뜻인가

먼저 시작한 쪽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규제 영역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먼저 법을 만든 나라는 미처 몰랐던 문제를 겪게 되고, 나중에 만드는 나라는 그 시행착오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참고할 사례는 이미 쌓여 있습니다. 미국은 GENIUS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준비자산 규정을 세웠고, 유럽은 MiCA로 회원국마다 달랐던 규칙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두 체계는 접근법이 다르고, 각각의 장단점이 지금 드러나는 중입니다. 디스파르테 CSO는 국제 표준과 조화를 이루는 규칙을 만든다면 한국이 아시아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전략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관찰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지연이 됩니다. 그가 규제보다 기술 인프라를 더 강조한 이유입니다.

용어 풀이

세컨드 무버 — 시장에 두 번째로 진입하는 쪽. 앞선 사례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USDC — 서클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1개가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됐습니다.

토큰화 예금 —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 토큰 형태로 옮긴 것.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MOU(업무협약) — 협력 의사를 확인하는 합의. 계약과 달리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주, 기술은 이미 시연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주 국내에서 그 인프라가 실제로 돌아가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NHN KCP가 아발란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데모데이를 열었습니다.

페이코 앱으로 QR과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고, 가맹점 정산이 1시간 단위로 온체인에서 처리되고, 해외송금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차례로 시연됐습니다. 결제에 걸린 시간은 1.7초. 기존 간편결제와 체감상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현장 기자들의 평가였습니다.

카드업계도 같은 주에 결론을 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와 9개 카드사가 약 1년간 진행한 공동 기술검증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기술은 시연 단계까지 왔고, 법은 아직 없습니다. 서클 CSO의 진단과 정확히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카카오·토스와의 협약 — 정해진 것과 아닌 것

서클은 방한 기간에 카카오그룹, 그리고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카카오 쪽 협력 범위는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 국경 간 결제, 토큰화 금융 서비스입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하나의 결제 경로로 잇는 구조도 검토 대상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협약 모두 특정 상품 출시나 토큰 발행을 약속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 아닙니다. 공동 연구를 위한 합의에 가깝습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이 발행하는 토큰화 예금이 될지, 전자화폐에 가까운 형태가 될지, 완전한 스테이블코인이 될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릇의 모양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출시 일정이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달러 회사가 왜 '원화'를 말하나

서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뜻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디스파르테 CSO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이 오히려 달러 의존도를 낮추면서 통화 주권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국내 디지털 결제가 달러 표시 토큰 위에서 이뤄지게 되고, 그것이야말로 주권이 옅어지는 경로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서클 입장에서는 각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자사 네트워크에 얹히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 안에서만 유통됩니다. 입법이 이뤄지면 국경 간 무역과 국제송금 같은 영역으로 쓰임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서클의 전망입니다. 그는 인프라 구축이 역내 경쟁국보다 늦어지면 한국이 뒤처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남겼습니다.

남은 변수 두 가지

첫째는 입법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하반기에 재개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형태와 발행 주체, 감독 방식이 여기서 정해집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법적 명확성이 생긴 뒤에야 시제품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로 넘어갔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둘째는 '에이전틱 경제'입니다. 디스파르테 CSO는 AI 에이전트가 직접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고 봤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결제 주체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자리에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사람이 결제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진 규정이, 프로그램이 결제하는 시대에도 그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요. 늦게 만드는 것의 이점은 바로 여기서 시험받게 됩니다.

이 뉴스를 읽을 때 확인할 5문항

☐ 협약(MOU)인가, 구속력 있는 계약인가

☐ 상용 서비스인가, 시연·검증 단계인가

☐ 원화 기반인가, 달러 기반인가

☐ 말하는 쪽의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 관련 입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카카오·토스에서 곧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나요?

아직 아닙니다. 체결된 것은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형태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Q. '세컨드 무버'가 정말 유리한가요?

앞선 사례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다만 관찰 기간이 길어지면 이점이 사라지므로, 언제 결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은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토큰화 예금은 은행 예금을 토큰 형태로 옮긴 것이고,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이미 1.7초까지 왔습니다. 남은 것은 그 위를 무엇이 달리게 할지 정하는 일이고, 그 결정은 아직 국회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한국경제·뉴스1·지디넷코리아 서클 미디어브리핑 보도(2026.7.23), 서울신문·디지털데일리 NHN KCP 데모데이 보도(2026.7.23~24), 파이낸셜뉴스·아주경제 카카오-서클 협약 보도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권유,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인용된 전망은 발언 주체의 견해이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와 일정은 입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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