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핵심
① 1720년 영국 의회가 통과시킨 거품법(Bubble Act)은 1825년 폐지될 때까지 105년간 유지됐습니다.
② 1792년 5월 17일 뉴욕의 중개인 24명이 서명한 버튼우드 협정이 뉴욕증권거래소의 창립일입니다.
③ 1929년 10월 28일과 29일 다우지수는 각각 13%와 12% 가까이 떨어졌고, 1934년 6월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세워졌습니다.
④ 한국 주식시장은 1956년 3월 3일 12개 종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거품이 꺼진 자리에 빗장 걸렸다
1편은 1720년 남해회사 주가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끝났습니다. 그 직후 영국 의회는 거품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국왕의 특허나 의회의 승인 없이는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를 세울 수 없게 만든 법입니다.
이 빗장은 105년 동안 걸려 있었습니다. 1825년 6월 2일 영국 하원의 폐지 논의 기록을 보면, 의원들은 이 법의 의미와 효력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을 폐지 이유로 들었습니다. 위반하면 무거운 형벌을 받는데 정작 무엇이 위반인지 불분명했다는 것입니다. [1]
여기서 첫 번째 규칙이 보입니다. 사고가 나면 규칙이 생깁니다. 다만 그 규칙이 언제나 정확한 곳을 겨냥하지는 않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서명한 24명
1792년 5월 17일, 뉴욕 월가에서 중개인 24명이 한 장짜리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정해진 수수료보다 싸게 받지 않고, 거래는 서명한 사람끼리 우선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이 날을 창립일로 삼고 있습니다. [2]
오늘의 눈으로 보면 명백한 가격 담합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것이 신뢰 장치였습니다. 서로 아는 사람끼리만 거래하면 돈을 떼일 위험이 줄어듭니다. 시장이 어릴 때는 폐쇄성이 곧 안전장치였던 셈입니다.
이 약속이 183년 뒤에 어떻게 되는지는 5번 항목에서 다시 나옵니다.
300년 동안 바뀐 변화
| 시점 | 일어난 일 | 시장이 얻은 것 |
| 1720년 | 영국 거품법 제정 | 회사 설립 허가제 |
| 1792년 5월 17일 | 버튼우드 협정 | 거래 규칙과 고정 수수료 |
| 1825년 | 거품법 폐지 | 주식회사 설립의 문이 열림 |
| 1929년 10월 | 뉴욕 증시 대폭락 | 얻은 것 없음 · 25년의 손실 |
| 1934년 6월 6일 | 미국 증권거래법 서명 | 공시 의무와 감독기관 |
| 1956년 3월 3일 | 대한증권거래소 개장 | 한국 시장의 출발선 |
| 1971년 2월 8일 | 나스닥 개장 | 화면으로 보는 호가 |
| 1975년 5월 1일 | 고정 수수료 폐지 | 수수료 경쟁의 시작 |
※ 출처 [1]~[10] · 사건 선택은 제도 변화를 기준으로 필자가 추린 것입니다.
시장이 무너지고 증권거래법 성립
1929년 10월 28일 다우지수는 하루에 13% 가까이 떨어졌고, 다음 날 다시 12% 가까이 빠졌습니다. 그해 9월 3일 381.17이던 지수는 1932년 7월 8일 41.22까지 내려갔습니다. 고점 대비 89% 하락입니다. [3]
다우지수, 무너지고 되찾기까지
막대 길이는 1929년 고점을 100으로 놓은 상대값입니다.
| 1929년 9월 3일 · 고점 | 38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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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7월 8일 · 저점 | 4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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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4년 11월 23일 · 회복 | 고점 재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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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가는 데 2년 10개월 |
되돌아오는 데 22년 4개월 |
고점에서 고점까지 25년 2개월 |
※ 지수 값과 날짜 출처 [3] · 기간은 해당 날짜로 계산.
지수가 1929년 수준을 되찾은 날은 1954년 11월 23일입니다. [3] 그 사이 미국 상원은 1932년부터 1934년 5월까지 폭락의 원인을 캐는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주의 — 지수와 내 주식은 다릅니다
1954년에 지수가 회복됐다는 말은 1929년에 산 종목이 모두 회복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수는 사라진 회사를 빼고 새 회사를 넣으며 계속 갱신됩니다. 살아남은 쪽만 남는 계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청문회의 결과물이 1934년 6월 6일 서명된 증권거래법입니다. 이 법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만들어졌고, 큰 회사들이 자기 사정을 정기적으로 밝히는 의무가 처음 생겼습니다. [4] 오늘 우리가 분기보고서를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시의 배경 — 감독이 거의 없던 시장
1934년 6월 6일 서명 이전의 미국 증권시장에는 감독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4] 회사가 무엇을 얼마나 알릴지는 회사가 정했습니다. 투자자는 소문과 중개인의 설명에 기대야 했습니다.
먼저 나온 것은 1933년 증권법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공개 판매되는 증권에 관한 재무 정보를 투자자가 받도록 할 것, 그리고 판매 과정의 기만과 허위 진술을 금지할 것입니다. [5]
이듬해 증권거래법이 이어받았습니다. 1933년 법이 새로 파는 주식을 다뤘다면, 1934년 법은 이미 거래되는 주식과 그 시장을 다뤘습니다. 공시가 한 번의 절차가 아니라 계속되는 의무가 된 지점입니다.
결과 — 판단은 정부가 아니라 투자자가 한다
공시 제도의 설계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정부는 정보를 내놓게 할 뿐, 그 주식이 좋은지 나쁜지는 판단해 주지 않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정보가 정확할 것을 요구하되 그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5]
제도가 만들어진 뒤에 남은 문제는 접근성이었습니다. 서류는 존재하지만 감독기관 서류함에 있었습니다. 한국은 1997년 11월 전자공시 추진 방향을 세웠고, 1999년 4월 사업·반기·감사종료보고서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6]
2000년 3월 모든 공시서류로 확대됐고, 2001년 1월에는 서면 제출 의무가 없어졌습니다. 2020년 4월에는 오픈 API로 데이터를 개방했습니다. [6] 서류를 내게 만든 것이 1934년이라면, 그것을 누구나 즉시 열어 보게 만든 것은 1999년 이후입니다.
183년 된 약속이 폐지되다
1971년 2월 8일 나스닥이 문을 열었습니다. 2,500개가 넘는 종목의 호가를 전자적으로 보여준 세계 최초의 전자 주식시장이었습니다. [7] 사람이 모여 소리치던 자리를 화면이 대신하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4년 뒤인 1975년 5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증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던 고정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8] 같은 해 6월 4일부터는 어떤 거래소도 회원사의 수수료율을 정할 수 없다고 법에 못 박혔습니다. [9]
이 변화가 열어준 것이 값싼 증권사입니다. 수수료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자 싸게 파는 회사가 등장했고, 주식 거래 비용은 계속 내려갔습니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몇백 원 수수료에 주식을 사는 구조의 출발점입니다.
1956년 12개 종목 상장으로 출발
전후 복구 자금을 모으기 위해 1953년 11월 대한증권업협회가 만들어졌고, 이 협회가 주식시장 개설을 추진했습니다. 1956년 2월 11일 서울 명동에 대한증권거래소가 설립됐고, 다음 달인 3월에 공식 출범했습니다. [10]
당시 상장 종목은 12개였습니다. 은행 4곳(조흥·저축·상업·흥업), 일반기업 6곳(대한해운공사·대한조선공사·경성전기·남선전기·조선운수·경성방직), 그리고 정책적으로 상장된 대한증권거래소와 한국연합증권금융입니다. 시가총액은 약 15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10]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2026년 1월 22일, 코스피는 장중 5,019.54까지 올라 처음으로 5,000선을 넘었습니다. 그날 종가는 4,952.53이었습니다. [11] 12개 종목의 작은 객장에서 시작한 시장이 도달한 지점입니다.
정리 — 확실한 것과 남는 질문
300년의 기록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시장의 규칙은 대부분 사고가 난 뒤에 만들어졌습니다. 1720년 거품법도, 1934년 증권거래법도 붕괴 다음에 나왔습니다. 미리 만들어진 규칙은 드뭅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 규칙들이 다음 사고를 막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공시 제도가 생긴 뒤에도 폭락은 여러 차례 반복됐습니다. 규칙은 사고를 없애기보다 사고 뒤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할 근거를 남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① 사건 선택은 필자의 판단입니다. 제도 변화를 기준으로 추렸기 때문에, 다른 기준으로는 다른 목록이 나옵니다.
② 지수 수치는 배당과 물가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배당을 더하면 회복 시점은 앞당겨집니다.
③ 한국 초기 자료는 표기가 갈립니다. 거래소 설립일(2월 11일)과 개장일(3월 3일)이 자료마다 섞여 쓰이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거품법은 무엇을 금지한 법인가요?
국왕의 특허나 의회 승인 없이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를 세우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1720년에 만들어져 1825년에 폐지됐습니다. 폐지 논의에서는 법의 뜻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지적됐습니다. [1]
Q2. 기업 공시 제도는 언제 시작됐나요?
1929년 폭락 이후 미국이 만든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이 출발점입니다. 1934년 6월 6일 증권거래법 서명과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설립됐습니다. [4]
Q3. 한국 주식시장의 시작일은 언제로 봐야 하나요?
대한증권거래소 설립일은 1956년 2월 11일, 개장일은 3월 3일입니다. 거래가 시작된 날을 기준으로 하면 3월 3일이 시장의 생일입니다. [10]
참고문헌 (References)
[1] UK Parliament, "Repeal of the Bubble Act" (Hansard, HC Deb), 1825-06-02,
https://api.parliament.uk/historic-hansard/commons/1825/jun/02/repeal-of-the-bubble-act
[2] New York Stock Exchange, "The History of NYSE", (접속: 2026-08-21)
https://www.nyse.com/history-of-nyse
[3] Federal Reserve History, "Stock Market Crash of 1929", (접속: 2026-08-21)
https://www.federalreservehistory.org/essays/stock-market-crash-of-1929
[4] Library of Congress, "Signing of the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접속: 2026-08-21)
https://guides.loc.gov/this-month-in-business-history/june/signing-securities-exchange-act-1934
[5]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The Laws That Govern the Securities Industry", (접속: 2026-08-21)
https://www.investor.gov/introduction-investing/investing-basics/role-sec/laws-govern-securities-industry
[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소개 — 연혁」, (접속: 2026-08-21)
https://dart.fss.or.kr/introduction/content1.do
[7] Library of Congress, "Wall Street and the Stock Exchanges: Stock Exchanges", (접속: 2026-08-21)
https://guides.loc.gov/wall-street-history/exchanges
[8] The Washington Post, "NYSE Was Revolutionized by SEC Abolition of Fixed Commissions", 1985-07-21,
https://www.washingtonpost.com/archive/business/1985/07/21/nyse-was-revolutionized-by-sec-abolition-of-fixed-commissions/8726b8b1-8013-4bcf-aad8-776fcc65f417/
[9] U.S. House of Representatives, 「15 U.S.C. §78f — National securities exchanges」, (접속: 2026-08-21)
https://uscode.house.gov/view.xhtml?req=(title:15%20section:78f%20edition:prelim)
[10]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 주식시장」, (접속: 2026-08-21)
https://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stockMarket.do
[11] 경향신문, 「5000 찍은 코스피, '모두의 성장·시장 투명화' 이어져야」, 2026-01-22,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2219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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