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2026 : 발행 주체보다 정산망이 중요

         데이터 기준일 : 2026년 8월 12일 · 대상 :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정책·산업 동향

숫자로 보는 핵심

① 2026년 8월 12일,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축을 다룬 보고서를 냈습니다. [1]

② 스트라이프는 2024년 10월 20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리지를 1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2025년 2월 4일 인수를 마쳤습니다. [2]

③ 2026년 8월 10일, 국내 3개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셀프 포토부스 매장 결제에 시범 적용하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3]

④ 정부는 2026년 7월 14일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하반기 중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

'정산망'이라는 말이 왜 나오나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야기가 나올 때 논의는 거의 한 가지 질문으로 모입니다. 누가 발행할 것인가. 은행이냐, 빅테크냐, 핀테크냐를 놓고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5년 10월 27일 141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은행 또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 발행을 맡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은행은 이미 자본·외환 규제를 받고 있어 위험 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논리입니다. [5] 정부는 2026년 7월 14일 경제성장전략에서 하반기 중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발행 인가제와 준비자산 보유 의무가 주요 검토 항목으로 올라 있습니다. [4]

그런데 2026년 8월 12일 나온 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는 다른 곳을 가리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이른바 에이전트 경제가 현실이 되면, 경쟁의 무대가 발행에서 정산과 유통 인프라로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독자적인 정산망과 디지털 신원 인증 체계를 확보하는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1]

발행 권한을 누가 갖느냐를 정하는 것과, 그 코인이 실제로 어디서 돌아다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3가지 개념 이해하기 

발행 — 지폐를 찍는 인쇄소

원화 1원을 예치받고 디지털 토큰 1개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예치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요청이 오면 다시 현금으로 바꿔 줘야 합니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인쇄소가 돈이 어디서 쓰이는지를 정하지는 못합니다.

정산망 — 그 돈이 오가는 도로

결제 요청을 받고, 승인하고, 취소와 환불을 처리하고, 가맹점에 돈을 정산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카드를 긁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아가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로가 없으면 아무리 돈을 찍어도 갈 곳이 없습니다.

사용자 접점 — 도로 위의 톨게이트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 버튼을 누르는 자리입니다. 앱, 매장 단말기, 쇼핑몰 결제창이 여기 해당합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는 시장의 수익이 발행하는 쪽이 아니라 정산망과 이 접점을 쥔 쪽으로 흘러간다고 봤습니다. 발행 사업자는 규제와 금리 변동에 취약하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유통 파트너에게 나눠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3개 회사가 함께

2026년 8월 10일 발표된 국내 협약 하나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세 회사가 각각 다른 층을 맡았습니다.

계층 하는 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발행 예치금 보관, 토큰 발행과 상환 비댁스 (KRW1 발행) 서클, 테더
정산·유통 결제 승인, 취소·환불, 가맹점 정산 젝토 (결제 인프라) 스트라이프 (브리지 인수)
사용자 접점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하는 자리 엘케이벤처스 (인생네컷 매장) 쇼핑몰 결제창, 지갑 앱

※ 국내 사례는 2026년 8월 10일 체결된 3사 업무협약 기준이며, 정식 서비스가 아닌 시범 운영 단계입니다. [3]

주목할 점은 발행사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입니다. 코인을 만들어도 결제를 처리할 시스템과 소비자가 쓸 자리가 없으면 쓰임새가 생기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이 구도를 먼저 읽은 기업들이 움직였습니다. 스트라이프는 2024년 10월 20일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리지를 1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해 2025년 2월 4일 마무리했고 [2], 2025년 6월 11일에는 지갑 인프라 기업 프라이비 인수를 알렸습니다. [6] 발행이 아니라 도로와 톨게이트를 사들인 셈입니다.

숫자로 보는 경쟁 구도

11억
달러
스트라이프가 정산 인프라를 사는 데 쓴 돈
→ 도로를 통째로 사들였습니다
380만
명 / 월
인생네컷 이용자 · 30개국 1,000여 매장
→ 톨게이트가 이미 깔려 있습니다
60
미국 클래리티법 통과에 필요한 상원 찬성표
→ 신호등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 어디까지 왔나 — 3갈래로 보기

국내 입법 — 9월이 분수령

정부는 2026년 7월 14일 경제성장전략에서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발행 인가제, 발행액에 상응하는 준비자산 보유 의무, 이용자의 상환청구권, 공시 체계가 검토 항목으로 거론됩니다. [4] 정부와 여당은 2026년 7월 20일 협의를 거쳐 9월 중 통합 법안을 발의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7]

미국 — 보상 문제에서 멈춰 섰다

미국 상원의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은 2026년 8월 처리가 무산됐습니다.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직접적 이유이고, 쟁점 가운데 하나가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이자 지급 문제입니다. 은행권은 이런 상품이 예금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보고, 가상자산 업계는 과도한 제한에 반대합니다. 상원은 2026년 8월 8일 표결 절차에 착수했지만 9월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8]

비어 있는 칸 — AI가 결제할 때의 규칙

2026년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흥미로운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준비된 법안들이 모두 사람이 결제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대신 결제할 때 본인 확인은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지, 잘못 결제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외환 신고는 어떻게 하는지, 시스템 연결 표준은 무엇을 따를지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9]

여기서 주의
해시드오픈리서치가 말한 '디지털 신원 인증 체계'는 바로 이 빈칸을 가리킵니다. 다만 이 보고서는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싱크탱크가 낸 것이므로,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의 견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 확실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확실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나눠 두면 앞으로 나올 소식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① 시범 운영과 상용화는 다릅니다. 8월 10일 협약은 업무협약이자 시범 도입 단계입니다. 실제 서비스가 언제 어떤 규모로 열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② 법안 통과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국내는 9월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와 감독 권한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클래리티법의 통과 확률을 두고는 집계처마다 편차가 매우 커서, 특정 수치를 사실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③ 위험 요인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2025년 10월 27일 보고서에서 가치 연동이 깨지는 상황, 대규모 상환 요구, 소비자 보호 공백, 외환 규제 우회 가능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예금자와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5]

숫자가 늘었다고 수요가 늘지 않는다

※ 이 항목은 앞의 사실 정리와 달리 필자의 해석입니다.

정산망 경쟁이 말뿐이 아니라는 사례가 2026년 여름에 나왔습니다. 리플이 만든 달러 스테이블코인 RLUSD는 2024년 12월 출시 이후 대부분의 물량이 이더리움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26일, 처음으로 XRP 원장 쪽 공급량이 이더리움을 앞질렀습니다. 2026년 7월 11일 기준 XRP 원장 약 8억 6,320만 달러, 이더리움 약 6억 7,610만 달러로 대략 56 대 44입니다. [10]

이 변화를 어떻게 읽을지는 보는 사람마다 갈립니다.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찰스 슈왑의 암호화폐 리서치 총괄 짐 페라이올리는 한 팟캐스트에서, XRP 원장이 송금용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오가는 망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에서 이 시장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관찰이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다만 회사의 공식 리서치 문서가 아니라 방송에서 나온 개인 견해이므로,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로 두는 편이 맞습니다. [11]

반대쪽 해석도 있습니다
이 역전이 XRP 원장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이더리움 쪽 물량이 소각되며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발행사가 자기 물량의 위치를 옮긴 결과에 가깝습니다. 같은 숫자를 놓고 두 해석이 모두 가능한 단계입니다. [10]

이 대목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앞으로 시범 사업이 늘어나고 발행량 숫자가 커졌다는 소식이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발행량이 늘어난 것과 소비자가 실제로 그 결제 수단을 골랐다는 것은 다릅니다. 2026년 8월 10일 협약도 아직 시범 단계이고, 정식 서비스가 언제 어떤 규모로 열릴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3]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얼마나 발행됐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얼마나 자주 손을 바꾸느냐입니다.

여기까지가 자료로 확인되는 부분과, 그것을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남는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어디에 쓰게 될까요.

해외 송금일 수도, 편의점 결제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은 채 은행 앱 한구석에 메뉴로만 남을 수도 있고요. 발행 주체를 정하는 논의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입니다. 어느 쪽이 그려지셨는지, 그렇게 생각한 이유와 함께 댓글로 남겨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1.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예금은 무엇이 다른가요?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정 한도까지 보호받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와 이용자 사이의 약속이며, 한국은행은 국가나 중앙은행이 이를 법적으로 보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발행사가 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보유자는 예금자와 같은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5]

Q2. '에이전트 경제'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사람이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AI 프로그램이 대신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결제가 늘면 본인 확인과 책임 소재를 정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Q3.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부터 쓸 수 있나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시범 사업이 시작됐지만 근거가 되는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발행 인가와 감독 체계가 정해진 뒤에야 일반 소비자가 쓰는 형태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5] 한국은행,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2025-10-27,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32/view.do?menuNo=200706&nttId=10094188

[4] 관계부처 합동, 「2026년 경제성장전략」, 2026-07-14 (재정경제부 발표)

[2] Stripe, "Stripe completes Bridge acquisition", 2025-02-04,
https://stripe.com/newsroom/news/stripe-completes-bridge-acquisition

[1] 해시드오픈리서치, 「에이전트 경제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 2026-08-12 (이투데이 보도 경유),
https://www.etoday.co.kr/news/view/2613483

[3] 비댁스·젝토·엘케이벤처스 업무협약 발표, 2026-08-10 (이투데이),
https://www.etoday.co.kr/news/view/2612676

[6] Yahoo Finance, "Stripe To Acquire Startup Privy", 2025-06-11,
https://finance.yahoo.com/news/stripe-acquire-startup-privy-1-151600147.html

[7] 디지털타임스, 「당정, 가상자산법 연내 처리 속도전」, 2026-07-21,
https://www.dt.co.kr/article/12073626

[8] ZDNet Korea, 「美 상원, 가상자산 '클래리티법' 표결 절차 착수」, 2026-08-08,
https://zdnet.co.kr/view/?no=20260808192954

[9] 이데일리, 「스테이블코인법 정부안 공개하나」, 2026년 7월 (국회 정무위 현안질의),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6589526645519440

[10] TheStreet, "RLUSD flips Ethereum on XRP Ledger", 2026-07-11 (원자료 : DefiLlama 온체인 데이터),
https://www.thestreet.com/crypto/markets/rlusd-flips-ethereum-xrp-ledger-xrp-price

[11] The Crypto Basic, "Charles Schwab Crypto Exec Says XRP Ledger Is Evolving Into a Stablecoin Network", 2026-08-11 — 짐 페라이올리의 팟캐스트 출연 발언을 전한 보도이며, 찰스 슈왑의 공식 발표 문서가 아닙니다.
https://thecryptobasic.com/2026/08/11/charles-schwab-crypto-exec-says-xrp-ledger-is-evolving-into-a-stablecoin-network/

필자 · Happy tree — 16년간 글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 왔습니다. 어려운 정책 자료를 일반 독자의 언어로 옮기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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